오늘은 근 2주에 걸쳐 나의 마음을 아주 심난하게 했던 유방 초음파와 조직검사를 받고 온 후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1. 유방 초음파를 하게 된 계기

사실 나는 양쪽 가슴에 동글동글한 혹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데 내가 남의 가슴을 만져볼 일이 없으니까 이게 원래 있는 건지, 아니면 있으면 안되는데 있는건지 그걸 몰랐다. 그냥 막연히 젊으니까 원래 모두들 한 두개씩은 갖고 사는 거겠거니 했었다.

그러다가 요근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면서 오른쪽 가슴이 콕콕 쑤시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은근하게 아픈 기분이 들어서 그때부터 유튜브 영상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모두들 알다시피 요즘은 정보의 홍수이다 보니 어디가 아프다고 검색하면 죄다 무슨암 무슨암부터 뜬다... 그리고 이 끈질긴 알고리즘이 한 번 검색하면 관련 영상들을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가져다준다. 주제는 주로 20~30대 유방암 브이로그나 유방암에 좋은 음식 등등이었다.

세상 누구보다 유리멘탈인 나는 정말 너무 가기 싫었지만 근처 가까운 유방외과를 예약했다. 근데 유방 관련 환자들이 전국적으로 많은 것인지 일주일이나 기다려서 초음파를 받을 수 있었다. 

2. 처음으로 해본 유방 초음파

가슴 관련해서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이번이 인생 첫 유방 초음파였다. 난 일부러 여자 원장님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는데 역시 듣던대로 다정하고 자상하신 분이셨다. 통증 때문에 왔다고 하니 유방암은 통증이 거의 없어서 통증이 있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바로 초음파실로 가서 누웠는데 유방암 자가진단으로 많이 사용하는 촉진을 먼저 하셨다. 여기저기 꼼꼼하게 만져 보시며 멍울이 있는지 봐주셨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 잡아내시며 여기 있는 것 알고 계셨냐고 물어보셨고 난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알고 있었으면 좀 일찍 가지 그랬니..) 

그리고 초음파를 보는데 나는 혹이 몇 개 있는 편이라고 하셨지만 모양이 예쁜 혹이라서 이런 것들은 흔히 생기는 것들이고 그냥 앞으로 추적검사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콕콕 아팠던 오른쪽은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오히려 왼쪽에서 한 개를 유심히 보시더니 갑자기 말이 없어지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이건 언제부터 있었던 거냐고 물어보셨다. 그쪽 부위는 전혀 모르고 있어서 모른다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좀 더 보다가 초음파는 마무리 되었다.

3. 유방 초음파 결과

초음파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혹이 좀 있긴 하지만 모양이 안좋은 게 없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 내렸는데 아까 그 왼쪽에 있는 아이는 조직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유리멘탈인 나는 또 거기서 멘탈이 털려버림... 이게 전형적인 암의 모양은 아니지만 다른 혹과는 모양이 다른 건 맞아서 조직검사를 해야하는 범주에 속한다고 하셨다. 모든 혹들은 그 이름을 알고 가는게 좋으니 예방 차원에서라도 해보자고 하신 건데 이미 나는 이 혹이 나쁜 혹이라고 들리고 있는 중이었다. 조심스럽게 그러면 나쁠 확률은 몇프로 정도인가요...? 라고 물어보니 2% 정도라고 2%만 넘어도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범주에 속한다고 하셨다. 근데 조직검사를 바로 할 순 없고 이틀 뒤에 할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 예약을 잡아주셨다. 

4. 조직검사를 기다리며

제목이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며가 아님에 주의하기 바란다. 단언컨데 나는 조직검사를 기다리는 이 이틀이 정말 지옥 같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일에 집중도 잘 안되고 어느샌가 내 모습을 보면 유튜브 영상이랑 블로그 글을 엄청 찾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 혹들도 기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표에서처럼 BI-RAD 시스템에 의해 혹의 모양에 따라 유방암의 위험도와 조직검사 여부를 정하게 되는데 C4 이상부터 조직검사 범주에 들어가며, 숫자나 알파벳이 높아질수록 위험도가 커지게 된다. 나의 경우가 어디인지 난 알 수 없었지만 막연히 2% 이상이라 하셨으니 C4a 가 아닐까 싶었다. 

혹시라도 나처럼 조직검사를 앞두거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유튜브랑 네이버 검색 등을 좀 자재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젊은 암환자가 왜이렇게 많은 것인지, 왜 젊은 암환자가 늘어난다는 통계만 보이는 것인지, 조직 검사 결과가 안좋은 사람들의 글만 내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는 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거의 지옥 속에 사는 기분이었다. 만약에 나에게 안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해봐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5. 유방 총조직검사

두려운 마음을 갖고 조직검사를 받으러 다시 병원에 갔다. 그리고 기어이 나는 C4a가 아니라 C4b로 적힌 내 자료를 봐버렸다. 선생님께서는 조직검사 결과는 5~7일 정도 걸릴 거라고 하셨고 만약에 암인지 아닌지 좀 애매하다 싶은 경우는 세포를 염색해서 색깔을 보는 면역검사를 추가로 진행할 건데 그게 하루 이틀 더 걸릴 거라고 하셨다. 근데 이미 나는 저 C4b에 영혼이 잠식되어 버림...

나는 총조직 검사를 받았는데 총조직검사에 있는 저 총은 정말로 빵야빵야 할 때 쓰는 그 총이 맞다. 조직을 뗄 바늘이 방아쇠를 당기면 탕탕 소리와 함께 조직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건 약간 수치스러운 이야기인데 나는 마취 전에 너무 걱정된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냐고 하셔서 "암일까봐..." 라고 했더니 "암 아니라니까? 암 아니에요~ 이렇게 모양이 예쁜 암은 없어요. 조직검사 하면서 할 말은 아니지만 암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하시면서 또 뭐가 걱정되냐고 하셨다. 난 정말 그거 하나밖에 없어서 이제 없다고 말씀드림...
그때 진료실에 간호사 분들 다 포함해서 4분이 날 지켜보고 계셨는데 거기서 눈물을 또르르 또르르 흘렸다. 옆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께서 내 눈물을 닦아주셨는데 선생님께서 간호사 선생님께 화장 지워지지 않게 닦아달라고 농담해주셨다... 주책 부려서 죄송해요 선생님들...

난 아픈걸 잘 참는 편이라 그런지 조직검사는 정말 내 기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취도 생각보다 안아팠고 총조직검사 할 때도 총 소리에 놀란다고 하는데 소리도 별로 안컸고 한 번 쏠 때마다 쓰라린 느낌은 좀 있었지만 참을만 했다. 오히려 마취가 풀린 후에 쓰린 느낌이 심해지는데 이것도 참을만 했다. 점심시간에 잠깐 나가서 조직검사 받고 돌아와서 일 다하고 퇴근해도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조직검사를 하고 난 후엔 지혈을 좀 해주시고 봉합테이프랑 습윤밴드를 붙여주신다. 습윤밴드는 당일 밤에 떼면 되고, 봉합 테이프는 이틀 뒤에 떼면 된다고 하셨다. 

6. 조직검사 결과

오히려 조직검사를 받고 와서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너무 확실하게 암이 아니라고 해주신 덕분인지 걱정을 내려놓았던 것 같다. 그리고 3일째가 된 날 아침 9시에 바로 전화를 해주셔서 암으로 될 가능성이 없는 양성종양임을 말해주셨고 추적검사만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이 큰 위로가 되어서 감사하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추적검사 미루지 말고 꼭 잘 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7. 혹시라도 지금 불안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지금 조직검사를 앞두고 있거나 조직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조직검사는 단 2%의 가능성만 넘어도 받는 게 좋은 검사이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게 말처럼 쉽진 않은데 지나고 보니 내가 너무 과도하게 불안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내가 제일 후회되는 것은 암보험을 안들고 검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나는 할증이 붙거나 유병자 보험을 알아봐야 할 확률이 높은데 이게 지금 제일 후회된다. 혹시 암보험을 들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들 계획이라면 건강검진 받기 전에 미리미리 보험을 체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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